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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브 한 잔 할까?

지금의 회사로 옮긴지 벌써 3년이 되어간다.
처음 내가 이 회사에 인터뷰 하러 왔을때 인터뷰 횟수만 10여회, 회사를 3번이나 방문해야 했는데 늘 나에게 편안하게 대해준 사람이 있었다.

Steve

나를 처음 회사로 안내해 들어간 이도 스티브였고, 처음 인터뷰를 시작한 이도 스티브였고 또한 가장 마지막으로 나를 인터뷰 하며 회사 밖까지 배웅해 준 이도 스티브였다.   그의 직책은 Director 이다.  Risk 비즈니스와 Insurance 비즈니스에 관련한 모든 시스템을 총괄하는 일이 스티브가 하는 역할이다.  

오늘 그가 내 자리로 찾아와서 블룸버그 마켓 데이터에 대해서 묻는데, 지난번 퇴근 후 함께 Bar에 가서 맥주를 마시며 개인적으로 더 친해져서인지 더욱 친숙하게 다가오는게 친구처럼 느껴진다.  스티브는 유태인이다, 그리고 그의 아내는 카톨릭 신자이고.  그래서 그는 크리스마스를 보내며 아내 위주로 생활한다고 했는데... 평소에 직원들에게 하는것, 그리고 오늘처럼 나에게 와서 먼저 이야기 건네는것을 보면 중 고등학생을 큰 딸들을 둔 좋은 아빠이자 남편이라는 것을 충분히 짐작하고도 남을것 같다.

그런 그가 오늘은 웃으며 나에게 이야기를 건넨다.
"Jae, 이제 그만 잠 좀 푹 자면서 일을하지!"

런던 업무시간 맞춰 리스크 관련 리포트 확인하고 트레이딩 시스템 확인하고 하다보니까 보통 잠자리에 드는 시간이 새벽 2시가 되는데, 이를 알고는 웃으며 이야기 건네는 스티브이다.

아침에 출근해서는 Trading Floor 에 있는 자리로 가서 오전일을 보고, 점심때야 되서야 IT 부서가 있는 건물로 되돌아 일을 보는게 내 하루 일과 패턴이기에... 무미건조하게 지내는 하루 중에 누군가 이렇게 와서 정겹게 이야기 건네고 걱정스런 말투로 다가오면 참 많이 고맙고 또 고맙다.

미국 친구들과 일을 하면 때로는 개인적 성향이 강하기에 쉽지 않을 때도 많지만, 업무를 보고 함께 일을 하다 보면 그래도 그 팀 멤버들끼리는 끈끈한 우정이 생겨 마치 한국 친구들과 어울리는 것 같이 편하게 아무런 차이없이 지내고, 오히려 한국적이고 동양적인 웃어른 공경하는 그런 태도는 미국 회사 생활하는데 있어서 나에게는 꽤 많은 Plus 요인으로 작용해 온게 사실이다.  나 보다 직책이 낮고 높음을 떠나 나 보다 나이가 많아 보인다면 (물론 나이는 절대 서로 알 수가 없지만...) 웃사람으로 respect 하려 노력해 온터라, 미국 친구들과의 관계에서 꽤 큰 작용을 한게 사실인것 같다.

그렇게 잠시 들러준 스티브에게 오늘은 내가 먼저 청했다.
"스티브, 언제 한잔 하러 나갈까?"

언제고 좋다고 하며 어깨를 툭 치고 가는 스티브를 보면, 인간적으로 참 정겨움이 느껴지는 사람이다.  그리고 그 친구가 있었기에 내가 그와 함께 일 할수 있는 이곳에 올 수 있었던 것 같아 고마움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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