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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owing posts with the label 엔지니어의 일상

허드슨 강의 기적

어제 오후 미팅을 막 끝내고 자리로 들어와 앉는데, 허드슨 강으로 작은 비행기가 하나 추락했다는 뉴스가 구글뉴스로 들어왔다.  예전에 몇 번 있었던 일이라, 그냥 관광헬기가 떨어졌겠거니 하고 있었는데... 시간이 지나 다시 퇴근 할 때즘 블룸버그 래디오 뉴스를 차에서 트는 순간, 일반 에어버스 여객기라는 것과 모든 사람이 하나도 다치지 않고 무사히 구출되었다는 소식을 듣고는 '기적' 이라고 밖에는 달리 할 말이 없었습니다.. 미국의 경기는 일반 뉴스에서 나오는 내용들 보다 훨씬 심각하고, 이쪽 Asset Management 쪽에서 일하는 저에게는 그와 관련된 뉴스와 분석기사들을 매일같이 먼저 접하고 있기에 실제 느끼는 체감지수는 더 크게 다가오는 것이 사실입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처음으로 감원을 할거라는 소문과, 여기저기 은행들이 나가 떨어지고, Credit market 이 움츠려 들어 전혀 돈이 돌지 않는 상황이 되면서... 주변에 제가 아는 분들 몇분도 개인 비즈니스를 이제 접거나 힘들게 손해보면서 버티고 계십니다.  Retail 쪽은 훨씬 안좋은것 같아, 올해에는 얼마나 많은 상점과 점포들이 문을 닫게 될지 모를일이며, 미국의 '빅 3'라는 자동차 업계도 아무리 구제방안을 내 놓아도 이미 등을 돌려버린 미국인들의 반감과 그들에 대한 신뢰성은 회복하기가 힘이 들 정도입니다. 주변 한국에서 조기 유학을 왔다가 이제 다시금 짐을 정리하고 돌아가시는 분들고 종종 보이고, 여기저기 부도가 나고 사업이 망했다고 들려오는 소식들이 왜 이리 많은지 두렵기까지 합니다.  이제 내 발등에도 같은 불이 떨어질 수 있다는 두려움이 엄습해 옵니다.   지금 미국의 경기는 생각 이상으로 심각하고, 가뜩이나 얼어 붙어버린 부동산 시장이 더욱 더 심하게 얼어붙을 것 같아 보이며, 아직도 터지지 않은 상업용 부동산쪽이 서서히 고개를 들며 무섭게 터질 듯 합니다.  부동산 매매에 먹이사슬 처럼 엮여있는 브로커들과, 변...

한 숨을 돌리려나

서브프라임으로 숨이 막힐정도로 그렇게 살았온게 벌써 1년이 되었다.   여기 저기서 펑 펑 터지는 소리가 나더니, 우리 회사도 급기야는 서둘러 관련 포트폴리오를 청산하고 엄청난 손실을 입으면서 까지도 그나마 늦게라도 손 털고 나온게 다행이라는 분위기가 바로 작년 크리스마스 전이었다. 회사 주식이 순식간에 10분의 1로 주저 앉아 버리고, 그동안 공들여 쌓아왔던 401k 연금 포트폴리오도 그만큼 주저않아 버리고 말았는데... 그와 더불어 언제 불어닥칠지 모르는 Layoff 가 우리 부서에 소문으로 시작하여 현실로 다가와 버렸으니, 그게 지난 2월의 일이었고... 이제 7개월이 지난 지금, 조금은 숨통이 트이나 싶을 정도로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 아직도 시장 상황은 좋지 않고, 서브프라임 외에 터질게 많다고 외치는 어널리스트들이 부랴 부랴 정신없이 하루 하루를 살아가는 것을 매일같이 trading floor 에서 보고 있노라면, 참 나도 그렇지만 저들의 내일은 누구도 장담하지 못하겠다 싶다. 이곳 미국의 경기가 참 상황이 안좋다. 실직하여 실업 수당을 받는 사람들의 수가 꾸준히 증가하고, 여기 저기에 모게지를 감당못하여 은행에 넘어가는 집들이 한 두채가 아니고, 기름값은 오를때로 오르고 있어 매일같이 차를 가지고 출퇴근 하는 운전자들 뿐이 아니라 일반 시민들까지 오르고 오른 물가에 한숨이 절로 나온다. . . . . .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지만, 내가 알고 있고, 알며 지내는 모든 사람들은 그나마 이 힘든 현실에서도 사업도 잘 되고 모든 일이 걱정없이 그렇게 잘 풀리기를 기대해 본다. 참 우리는 이렇게 이번에 아주 비싼 과외비를 내고 뼈저리게 아픈 경험을 하고 있는 것이다.

한 차례 폭풍이 몰아치는데

연일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로 이 은행 저 은행 손실을 발표하고, 어널리스트들의 기대치를 밑돈 발표로 주식이 곤두박질치고 그에 따르는 대량의 감원사태. 작년 말부터 이곳 뉴욕의 월스트릿의 Financial District 에 불어오는 현상이다. 그리고 지난주, 거의 3달동안 신문과 Bloomberg 뉴스에 top headline 면에 오르내리던 우리 회사도 끝내 구조조정(Restructure)를 발표하고, 어제 금요일 일사천리로 중복되는 업무를 맡은 사람부터 실적이 부진하고 많은 손실을 입힌 부서의 직원들을 하나 둘 Layoff (퇴사조치) 시켜 버렸다.  목요일 발표에, 다음날 금요일... 정말 하루 아침에 이 모든일이 일어나 버렸다. Good Bye everyone! Good Luck to everyone! It has been a great pleasure... 등 다양한 이메일들이 순식간에 어제 아침부터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 어느때보다 회사를 떠나는 직원들에 대한 퇴직보상이 클 것이라는 CEO 의 발표도 있었고, 자진해서 먼저 그만두고 나가겠다는 직원들이 있었다 해도, 순식간에 벌어진 이 사건과 아쉬움이 담긴 이런 이메일들을 어제 아침부터 받기 시작하니... 그 기분은 참 말로 표현하기가 쉽지않다. 우리 부서에서도 3명이 그만 두고 나가는데, 가장 충격적인건 내가 모셨던 Director 가 포함이 되었다는 것이다.  갑작스런 일이라 놀라기도 하고, 전혀 그럴 이유가 없는데 충격적으로 다가온 내 Boss 에 대한 이 일은 우리 팀 동료들 모두에게 정말이지 큰 뉴스로 다가온 하루였다.  이제 누가 부서를 이끌어 줄 것이고, 누가 이 사람만큼 잘 이끌어 줄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마져 들게하는 하루를 보냈다. 자신이 자진해서 그만두고 나가는 것이라 이야기를 들었는데, 그래도 한가지 아쉬움이 남는건 워낙 우리의 작년도 실적이 좋아 새롭게 2008년을 계획하고 있었는데, 그리고 전혀 서브프라임 사태와 성관이 없던 그런...

좋은 사람과 함께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일한게 벌써 20년이 되었다. 그간 많은것을 보고 배우고 한 시간이었는데, 지금 내가 하는 Fixed Income 분야와 Equity 투자 분야는 그 20여년의 시간의 60% 정도를 차지하는 것 같다. 참 많은 일들이 있었고, 또 시스템의 엄청난 발전을 보았다. 웃음 나오는 옛 기억들 속에... 8086, 8088 CPU 의 XT 컴퓨터에서 부터.... 도스 환경에서 윈도우즈 2.0, 그리고 윈도우즈 3.0 까지... 그리고 사라져 버린 OS/2. 개발 환경도 많이 바뀌었다.  아직 이쪽 증권/금융쪽은 옛 C/C++ 를 꾸준히 사용하고 있지만, 이제 이런 골치아픈 언어는 아예 쳐다보지도 않는 그런 언어가 되어버렸다. 10여년 전, 한국에 출장 나가서 일을 할 당시 새로운 직원들을 뽑을 때에 유독 나에게 찍혀(?) - 그 친구 말에 의하면 - 원하는 프로젝트 팀에 참여하지 못하게 되었다 투덜 거리던 직장 후배가 하나 있다.  지금은 미국으로 이민와서 가정을 일구고 살고 있지만, 가끔 소주 한잔 하려 만나면 늘상 그때 그 이야기를 꺼내며 나에게 섭섭했다며 웃으며 귀엽게 투덜거리곤 한다. 그런데, 그 동생같은 후배녀석과 함께 일을 도모 하고자 한다. 아직 그 녀석에게는 이야기 하지 않았는데... 내 경험과 그 친구의 경험을 하나로, 우리의 노하우를 필요로 하는 곳을 위하여 몇몇 프로젝트를 컨설팅 하려고 한다.  서로의 아이디어와 10여년 이상 미국 금융권에서 일한 노하우로, 예전부터 알던 동료들과 친구들 등등... 이제 네트워킹을 가동하며 조금씩 더 바쁘게 살려고 마흔 줄에 다다른 나는, 이렇게 발버둥 치는 모습이 자극이 된다. 지금 우리의 회사 내에서는 100% 이상 효율적으로 일하면서, 온라인/오프라인 섞어가며 우리가 생각하는 것들에 대해서도 후회없이 일을 잘 해낼 수 있을까 내심 걱정이 들지만... 그래도 '좋은 사람과 함께라면...' 즐겁고 기쁘게 시작할 수 있을것 같다.

서브프라임 여파에 요동치며

서브프라임 사태가 이렇게까지 크게 다가오리라고는 일반 사람들은 전혀 예측하지 못했을 것이고, 실제 트레이딩 부서에서 일하는 트레이더들만이 조금씩 그 감을 잡았을 것인데... 막상 접하고 나니 도미노가 쓰러지듯 여기저기 '헉 헉' 거리는 소리에 정신이 없을 지경이다.  메릴린치의 CEO 도 막대한 손실로 회사에서 물러나게 되었고, 채권거래 (흔히 Fixed Income Trading 라 하는) 부서는 막대한 손실을 기록하며 Layoff (감원)의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지금껏 주변에서 듣고 본 여파로는 CitiBank, UBS, 모건스탠리, 메릴린치등... 더군다나 Mortgage 를 pool 하였던 채권상품들에 관하여서는 여지없이 여기저기서 물독에 구멍이 난듯 손실이 자사 손실보고때에 맞춰 드러나고 있는 실정이다.  올해는 월가에서 조차 예전처럼 엄청난 액수의 보너스를 기대하는 부서는 극히 일부 소수에 불과할 것이다. 나 또한 이쪽의 시장에 민감한 부분에서 일하고 있는데, 다행히 더 큰 손실을 막기위해 이미 포트폴리오를 예전부터 매도하기 시작하였고 또한 RMBS (Residential Mortgage Backed Securities) 나 MBS (Mortgage Backed Securities) 에 대한 risk exposure (위험노출)도 크지 않아서 그나마 다행이라고 팀원들도 안도의 한숨을 쉬고 있기도 하다.  나야 fixed income 을 트레이딩하고 포트폴리오를 관리하고, risk exposure 를 관리하는 컴퓨터 소프트웨어를 관리/개발을 담당하고 있는 IT 엔지니어이지만, 실제 trading floor 에서 일하는 트레이더들은 그들의 스트레스가 얼마나 큰지를 매일같이 접하고 보면서 느끼고 있다.  물론 그들의 연봉은 우리의 몇배 그 이상이기도 하지만... 서브프라임의 여파로 이렇게 하나 둘 도미노 현상으로 충격을 받는 금융권이 늘어나고 있지만, 내가 다니는 회사와 같은 업종의 경쟁사들의 주...

엔지니어들 화이팅하자!

올해 2007년 들어, SIV (Structured Investment Vehicle) 비즈니스가 커져가면서 일이 산더미처럼 밀려드는데 언제나 그랬듯이 사내 IT 부서는 모자라는 resource 로 늘 바쁘게만 돌아간다.  올해 들어서 지금까지 우리 부서는 중요 멤버 6명이 월스트릿과 타 financial district 의 크고 작은 investment bank 또는 증권사로 자리를 옮겨서, 보충 멤버를 충원하기 위한 인터뷰도 계속 되고 있는데 딱히 우리 회사에 적합한 엔지니어들을 찾기가 쉽지 않을것 같다. 내 보스도 타 회사로 자리를 옮긴지 벌써 3개월, 그 이후로 난 그가 했던 일까지 도맡아 하며 하루 하루 바쁘게 보내고 있고 새롭게 컨설턴트를 회사에서 채용하여 내 프로젝트에 나를 돕도록 했지만 쌓여가는 일들이 처리되어 나가는 것들에 비해 더 많아지는것 같아 걱정이다.  새로 들어온 직원은 이 분야에 꽤 오랜 경험이 있긴하나, 각 증권사별로 시스템들이 다양하고 고유해서 우선은 올해 남은 기간동안은 충분히 트레이닝을 시켜서 나를 대신 할 수 있도록 하는데 중점을 두고... 다른 한편으로는 함께 남은 프로젝트 아이템들을 하나 둘씩 함께 풀어나가기를 기대하고 있다. 불란서 출신 친구는 자녀 셋을 데리고 아내와 불란서 부모님 댁으로 휴가를 떠났으니, 내 주위의 자리는 온통 적막감 그 자체이기도 하다.  오는 8월 중순이면 아내와 난 둘째 늦동이를 맞는데, 회사 내에서도 내가 몇주간 자리를 비울 것이라는 것을 알고 조금은 준비를 하고 있는 듯 하다.   새로운 노트북과 회사 이메일이 가능한 pocket pc phone 까지 내 허리에 채워주고, 아내는 웃으며 내 허리에 족쇄가 채워졌다고 말하곤 한다. 오늘 다음의 블로거 뉴스에서 한 IT 엔지니어의 한탄스러움이 섞인 기사내용을 보고 전적으로 공감을 했다.  나 또한 96년 부터 3년여간 한국 증권가에서 IT 프로젝트를 위해 출장나가 일해 본 경험이 있기...

스티브 한 잔 할까?

지금의 회사로 옮긴지 벌써 3년이 되어간다. 처음 내가 이 회사에 인터뷰 하러 왔을때 인터뷰 횟수만 10여회, 회사를 3번이나 방문해야 했는데 늘 나에게 편안하게 대해준 사람이 있었다. Steve 나를 처음 회사로 안내해 들어간 이도 스티브였고, 처음 인터뷰를 시작한 이도 스티브였고 또한 가장 마지막으로 나를 인터뷰 하며 회사 밖까지 배웅해 준 이도 스티브였다.   그의 직책은 Director 이다.  Risk 비즈니스와 Insurance 비즈니스에 관련한 모든 시스템을 총괄하는 일이 스티브가 하는 역할이다.   오늘 그가 내 자리로 찾아와서 블룸버그 마켓 데이터에 대해서 묻는데, 지난번 퇴근 후 함께 Bar에 가서 맥주를 마시며 개인적으로 더 친해져서인지 더욱 친숙하게 다가오는게 친구처럼 느껴진다.  스티브는 유태인이다, 그리고 그의 아내는 카톨릭 신자이고.  그래서 그는 크리스마스를 보내며 아내 위주로 생활한다고 했는데... 평소에 직원들에게 하는것, 그리고 오늘처럼 나에게 와서 먼저 이야기 건네는것을 보면 중 고등학생을 큰 딸들을 둔 좋은 아빠이자 남편이라는 것을 충분히 짐작하고도 남을것 같다. 그런 그가 오늘은 웃으며 나에게 이야기를 건넨다. "Jae, 이제 그만 잠 좀 푹 자면서 일을하지!" 런던 업무시간 맞춰 리스크 관련 리포트 확인하고 트레이딩 시스템 확인하고 하다보니까 보통 잠자리에 드는 시간이 새벽 2시가 되는데, 이를 알고는 웃으며 이야기 건네는 스티브이다. 아침에 출근해서는 Trading Floor 에 있는 자리로 가서 오전일을 보고, 점심때야 되서야 IT 부서가 있는 건물로 되돌아 일을 보는게 내 하루 일과 패턴이기에... 무미건조하게 지내는 하루 중에 누군가 이렇게 와서 정겹게 이야기 건네고 걱정스런 말투로 다가오면 참 많이 고맙고 또 고맙다. 미국 친구들과 일을 하면 때로는 개인적 성향이 강하기에 쉽지 않을 때도 많지만, 업무를 보고 함께 일을 하...

제임스 행운을 빈다!

제임스. 지난 3년간 함께 일하며 고생한 내 매니져의 이름이다. JP Morgan 에서 15년을 일하다가 지금의 회사로 옮겨 일하기 시작하자 마자, Fixed Income 트레이딩쪽 시스템을 도맡아 책임지고 있었고 난 제임스의 오른팔이라면 오른팔이라 할 정도로 친하게 지낸 그의 부하직원이다. 지난 주 월요일, 제임스의 방에서 개인적으로 할 이야기가 있다고 하고는 조용히 꺼낸 이야기가 회사를 떠난다는 뜻밖의 이야기였다.    미국내 회사는 떠나기 2주전 사표를 내기만 하면 되므로 정확히 떠나기 2주전 Director 가 아닌 나에게 먼저 이 소식을 알린것이다.     우선 함께 런던에 가 고생도 하고 밤 늦게까지 일했던 기억이 상사와 부하직원의 관계가 아닌 Friendship 이었는데... 그래서, 더우기 떠나기로 결정한 그에게 더 할말은 없었고 그저 Good luck 이라는 말만 되풀이 했다. 3년간 함께 일해본 제임스는 내가 잘 알기에, 자신도 자신의 Career 에 더욱 도움이 될 만한 위치로 옮겨야 겠다 생각하고 내린 결정이었을 것이다.    한 회사 내에서, 그리고 한 부서 안에서 대만계 미국친구이자 내 보스였던 제임스는 이렇게 아쉽게 이번 주를 끝으로 회사를 떠나 더 큰 Investment Bank 로 옮긴다.     조금씩 시간이 나면, 나를 불러 개인적으로 Advice 를 해주고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 지를 이야기 해 주는게 꼭 내 큰 형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 동시에 앞으로는 Director 에게 직접 보고를 해야 하는 스트레스가 남아있고, 제임스가 했던 Fixed Income 부분은 고스란히 내 어깨로 내려오게 되었다.    시스템은 지금껏 내가 담당하고 나를 백업하는 직원이 3명이 있어 괜찮지만, 다른 회사 Vendor 들과 이야기 나누고 Advice 를 내어야 하는 일이 여간 골치아픈게 아닐것 같다. 같...

NexTel 이 울린다

금요일 밤 10시 10분, 한 주를 마감하고 쉬고 있는데 불청객이 울어댄다. NexTel 전화기로 메세지가 들어온다 - NexTel 은 상대와 무전호출을 할 수 있는 기능이 제공되는 미국의 셀룰러폰 서비스사 이름이다. 트레이딩 데스크의 오늘 마감 프로그램이 하나는 저녁 7시, 또 다른 하나는 저녁 8시에 돌아가는데... 무슨 영문인지 저녁 8시에 첫번째로 돌아가는 프로세스가 response 가 없어 2시간째 헛돌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문제가 생기면 시스템이 바로 나에게 이렇게 메세지를 보내니 NexTel 은 영락없이 족쇄인 셈이다. 자동으로 돌아가게 스케쥴 해두었던 모든 프로세스를 정지시키고, 회사 유닉스 서버로 들어가 메뉴얼로 하나 하나 돌리도록 바꾸어 두고 이제 하나 둘 프로그램들을 돌리고 있는 중이다.  아내는 모처럼만에 남편과 한국 비데오를 보며 쉬려 한다며 좋아했는데, 다시 컴퓨터 앞에 앉은 나를 보고는 자야겠다며 눕더니 벌써 꿈나라이다.  하루 하루 갈수록 배가 커지고, 이제는 손을 올려놓고 가만히 있으면 18주째 된 아기가 움직이는것이 느껴진다.  7년전 딸 아이 가졌을때도 그랬지만, 지금 와서 똑같은 일을 반복하고 있다고 생각하니... 왠지 못했던 공부를 다시금 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건, 그 만큼 아내에게 첫 아이때는 못했었나 하는 미안함도 든다. 20분 전에 마감, end-of-day process 를 시작했으니 2시간은 넘게 걸린텐데... 이야기 할 사람도 곁에서 그만 잠이 들어버리고... 이 NexTel 이라는 것이 휴가를 갈때도 챙겨야 하고 거기에 BlackBerry (이메일을 수신하고 보낼 수 있는 Device) 까지 함께 허리에 차고 다니니, 마음 편히 휴가도 갔다 오지 못하는 신세가 되어가는 것 같다. 너무 편하게 모든것을 바꾸어 버린 컴퓨터와 그외 통신 장비들이지만, 그로 인해 우리 사람들이 좀 더 편히 쉬려고 했는데... 때로는 그것으로 우리가 구속이 되어버리는 것을 발견...

스크립 언어의 재발견

예전에 Trading Desk 에서 사용하는 시스템들은 모두 Java 또는 C/C++ 가 아니면 거들떠 보지도 않았었던게 사실이나, 지금은 그런 생각이 없어진지 오래이다.  초창기 한국에 나가 작업을 했을때면 모두들 묻는 질문이 '이거 어떤 언어로 만들어 진 트레이딩 시스템이죠?' 이었는데, 그땐 내 자신도 사용하는 언어가 꽤나 큰 작용을 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다.  밑 바탕이 된 언어가 무엇이냐에 따라 그만큼 어플리케이션에 주어지는 Credit 도 많았을 뿐 아니라, 사용할 증권사 입장에서도 마음을 놓으며 구매할 수 있는 입장이었기에 말이다. 그게 벌써 1997년, 10년전 일이 되었다. 이후로 월가에서 4년을 RiskMetrics Group 에서 일하면서, 조금씩 이러한 고정관념에서 탈피하기 시작하였는데... 그 이유는 비즈니스 어플리케이션을 만들고 디자인하는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언어가 아니라, 완성된 어플리케이션이 얼마나 end user 입장에서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으며 추가기능을 마음껏 interface 할 수 있느냐로 바뀌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회사내에서 대표했던 위험관리 시스템들은 제각가 사용하는 언어와 플랫폼이 다르기 마련이었다.  포트롤리오 위험관리 시스템의 경우는 Java 와 Delphi, 그리고 웹서비스를 제공하며 SQL 서버로, Credit Risk Management 시스템의 경우는 Java 와 Oracle, Pension Risk Management 의 경우는 Delphi 와 SQL 서버로 팀별로 최상의 솔류션을 제공하려 애썼다.  물론 이런 제품들은 모두 1년에 두번 또는 한번씩 Upgrade 와 새로운 제품을 출시하는 Package 화된 제품들이었기에 이런 상황이었다. 그 이후로 지금의 회사로 Asset Management 옮겨 Fixed Income 트레이딩 데스크에서 일을 하다보니, 이와는 또 다른 상황을 접하게 되었다.  매일같이 하루 하루...

한 해를 잘 마무리하려

하루라도 일 생각없이 편하게 잠이 들 수가 있을까?... 라는 바람을 농담식으로 건네며 늘 함께 일하는 동료들과 퇴근을 한다. 우리 팀의 고참이자 보스는 대만계 미국인으로, 나와 같은 동양인이라 일하는 스타일도 그리고 생각도 늘 흡사하여 함께 일하며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  그리고 또 한명의 동료는 프랑스계 미국인으로, 함께 일하면서 느끼는건 '그래, 이래서 유럽인인가?'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미국 본토에서 자란 미국인과는 분명 다른 무언가가 느껴진다.  불어 액ㅤㅅㅔㅌ트가 섞인 영어 표현도 그렇고... 우리팀은 Asset Management 팀으로, 회사내의 포트폴리오 시스템과 딜링시스템 그리고 위험관리 시스템등 Asset Management Division 의 모든 시스템을 support 하고 개발하는 일을 도맡아 하고 있다.  물론, 늘 느끼는 것이지만 일에 비해 팀원이 너무 적다는게 문제이기는 하지만.  아래로 두명의 컨설턴트를 두고 일하고 있지만 여전히 부족한 리소스에 업무량이 과다하다. 뉴욕 본사의 트레이딩 데스크에서 일어나는 문제는 쉽게 접근이 가능하지만, 내가 맡은 영국 지사의 Fixed Income 쪽은 5시간의 시간차가 나기에 사실 쉽게 support 하는게 어렵다.  그래서 늘 이른 아침과 늦은 밤까지 소프트웨어 시스템 확인하고 모니터링하고 하다보면, 거의 잠 자는 시간을 빼고는 컴퓨터 앞에 앉아서 일을 하고 있는 셈이다. 오늘은 무슨 일이 있을까? 라는 생각으로 아침 출근을 하고 퇴근을 하게 되는데, 이제 이렇게 고민하고 걱정하며 출퇴근하는게 습관이 되고 일의 일부분이 되어 간다. 11월 중순으로 잡힌 또 다른 포트폴리오 시스템의 오픈이 순조롭게 끝나 2006년을 잘 마무리하고 싶은데,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이곳에 남긴다.

런던에 와 보니

뉴욕과 뉴저지에 산지 벌써 87년 부터이니 20년이 되어가는데, 이곳 영국 런던에 처음 와보니 미국과 다른게 있다면 은행과 증권사가 모여있는 곳이라해도 고층건물들이 거의 없는것 같다. 지금 묵고있는 Liverpool street 의 Great Eastern Hotel 주변만 봐도 오피스 빌딩이 많지만, 뉴욕처럼 고층건물은 보이질 않는다.  하지만 퇴근길 길거리에 즐비한 맥주바를 보면서 뉴욕과 다른 느낌을 많이 받는다.  이렇게 나와 서서 마시는 곳은 그리 흔하지 않기에, 퇴근 후 한 두잔씩 마시며 이야기 나누는 영국인들을 보고 있자니 뉴욕의 월스트릿의 분위기와는 조금 다른듯 하다. 출장 첫날 사고가 터져 한바탕 트레이딩 데스크에서 큰 일을 치루고는 금요일 아침까지는 그럭저럭 조용히 넘어가고 있다.  다음 금요일까지 준비하고 처리해야 할 일들이 쌓여 있지만, 큰 일만 발생하지 않는다면 하나 둘 끝마치고 다시 뉴욕으로 돌아갈 수 있을것 같다. 이틀 전에는 뉴저지에서 네덜런드로 그리고 이곳 런던으로 회사때문에 옮겨온 형님과 즐겁게 만나 인사를 나누었는데, 예전과 변함없고 늘 그대로 한결같은 형님이라 보기 좋았다.  어렸을때 캐나다로 이민온 교포로, 늘 열심히 일하며 가정에 충실한 형님을 뵈면 나 또한 마음가짐을 다시하게 되니... 바에 앉아 맥주를 나누며 이런저런 좋은 조언 많이 해주셔 고마왔고, 회사에서 런던 출장이 잦을것 같다면 이를 좋은 기회로 삼아 발전의 기회로 삼으라는 말도 잊지 않고 해 주셨다. 아직 30대 후반, 마흔은 되지 않은 나이이기에... 미국생활 하며 나이를 생각지 않고 사는게 흔한 일이 되어버렸기에... 아직도 내가 하는 분야에서 한창 때이고 젊다고 생각하며 마음을 다시 잡아 먹는다. 오늘 저녁에는 보고싶던 아내와 딸 아이기 뉴저지에서 날아온다. 딸 아이는 아빠보러 런던에 오는것도 모르고 지금은 한참 자고 있겠지만, 아침에 일어나면 부랴부랴 준비하고 옷입을 아내를 보며 덩달아 신나 할 ...

24/7

24 / 7 일하면서 팀 멤버들간에 우스개소리로 하는 24 hours 7 days a week 이라는 말, 뉴욕과 런던의 트레이딩 데스크를 커버하다 보니 퇴근하고 집에 돌아와 저녁먹는 시간과 가족들과 잠시 휴식을 취하는 시간 외에는 Nextel 과 Blackberry 로 족쇄가 채워져 있다해도 심한 말은 아닐듯 싶다.  이른 아침부터 퇴근까지 개발하랴 모니터링하랴 그리고 서포트하랴 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가고, 집에 와 잠시라도 쉴라하면 이내 피곤해 잠이 들어버리지만, 그것도 잠시 이른 새벽 런던시간에 맞춰 전화라도 들어오면 다시금 일어나 상황봐가면 출근을 해야하니... 분명 24시간 일주일 내내 일하는것과 같다해도 과장된 말은 아닐듯 싶다. 월요일 아침 런던에 도착했다.  공항에서 긴 줄에 입국수속을 마치고 이내 택시를 잡아타 회사로 향하는데, 떠나올때 미국 달러대비 영국 파운드가 비싸다는건 매일같이 보고 있지만 이렇게 직접 감을 잡아보니 쉽게 지갑에서 돈이 나오질 않는다.  Liverpool street 까지 공항에서 출근시간의 극심한 교통혼잡으로 1시간 20여분이 지난 후 도착하니 미터기는 벌써 68 파운드란다.  뉴욕에서라면 거의 140불에 가까운 금액인데, 출장경비라 다행이지 여행으로 왔다면 뉴욕에 비해 택시요금이 거리에 비해 두배 이상인듯 한 느낌이 다가온다. 런던지사로는 처음 방문이라, 트레이딩 데스크 사람들과 직접 얼굴을 보며 처음 인사하고 그동안 전화로만 했을때 그렸던 이미지와 순식간에 비교도 해 보았다.  도착과 함께 책상에 쌓인것은 런던에 있을 2주동안 해결해야 할 이슈들이다.  철저하게 annual budget 에 따라 움직이는 미국회사들의 전형적인 모습이라고 할까, 개개인들의 1년 연봉과 보너스등은 물론 한해동안 해 온 일들과 실적에 따라 차등 지급되지만 그래도 예전에 일해보았던 한국회사에 비해서 더 일이 많은게 사실이다. 수요일 새벽 4시, 아직 5시간의 뉴욕과의 시간차...

낮과 밤이 바뀌어 버린듯

런던 지사의 트레이딩 부서에 새롭게 fund management unit 이 만들어 진 이후로, 영국 런던의 업무시간에 맞춰 일을 하다보니 낮과 밤이 바뀔것 같다.  시스템에 문제라도 생기면 영락없이 페이저로 호출이 들어오고, 옆에서 자고있던 아내는 덩달아 걱정되는듯 일어나 먼저 무슨일이냐고 묻곤한다. 5시간이 앞서가니, 정확히 이곳 뉴욕보다 다섯시간이 앞서가니... 이곳 시간으로 새벽 3시면 런던의 트레이딩 부서는 분주히 일하고 있을 시간이다. 지난 1월 새롭게 fund unit 이 만들어지고 작년부터 준비해왔던 fixed income trading 시스템은 지금껏 큰 문제없이 잘 운영되고 있는데, 또 한번 새로운 fund management unit 이 이번 가을에 만들어진다니 그 업무방침과 risk 관련 모듈을 또 한차례 수정 또는 새롭게 만들어 두는 작업이 곧 시작이다. 이렇게 런던지사 트레이딩 시스템 모니터링을 하며 support 한지 벌써 1년 반이 되어가니, 낮과 밤이 바뀌어 버리는것 같은 느낌이다. 이번 일요일에는 새로운 fund management unit 의 모듈 정리와 준비를 위해 2주간 런던으로 출장을 떠나는데, 왠지 예전과 달리 출장을 가는게... 아니 집을 떠나 있다는게 어린아이가 엄마품을 잠시 떠나 어디론가 가는듯 한 기분이 드는건 왜일까? 부쩍 커버린 딸 아이와 아내가 벌써 부터 그리울것 같다...

새벽에 또 한차례 일을 치루고

새벽 4시 45분, 전화 벨소리가 잠을 깨웠다. 또 한차례 큰 일이 생겼다 싶어 얼른 일어나 전화를 받아보니, 역시 런던지사의 트레이딩 부서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일하면서 느끼면서 또 금새 잊고 또 다시 시작하는 일이지만, 이쪽 딜링쪽 부서의 트레이더들의 성격은 이리저리 오가고... 때로는 한없이 좋다가도 이렇게 문제가 생겨 트레이딩 하는데 지장이 생긴다면 참 당해내기가 힘이든다. 다행히도 큰 문제가 아니라 전화로 시스템 엔지니어에게 어떻게 하라고 일러주고, 이내 잠을 다시 청하려하니 새벽 5시... 차라리 그냥 출근하는게 나겠다 싶어 커피 한잔을 손에들고 그대로 출근을 해 버렸다. 그 동안 큰 딜들이 별로 없어 좀 조용하긴 했는데, 오늘은 조금씩 딜들이 많아지는게 눈에 들어왔다.  100 밀리언 50 밀리언 그리고 계속해서.... 이렇게 큰 액수를 종이 한장으로 오고가며 거래하는 걸 보면, 트레이더들의 돈에 대한 개념은 어떻게 서 있는지 예전부터 참 궁금했다. 윈도우즈 서버에서 리포팅을 담당하는 웹서비스 딜링시스템을 받치고 있는 유닉스 서버, 그리고 데이터베이스를 쥐고있는 또 다른 유닉스 서버등... 중간 하나라도 인터페이스 한 부분이 문제가 생기는 날이면 어김없이 그 날 하루는, 아침 아니 새벽부터 이렇게 전쟁이 시작된다.   새벽 일찍 들어온 전화벨 소리에 가족에게 조심스럽다. 내일 새벽은 아무 문제없이 조용히 지나가야 할텐데 하는 바램으로, 하루를 마감하고 있다.

시스템 오픈, 일주일 하고 열흘이 지났다

작년 3월부터 준비해온 fixed income 시스템이 이미 구동에 들어간지 일 주일이 지났는데, 큰 문제가 없이 잘 돌아가고 있는것 같다.  본사에서 자체적으로 만든 시스템에 인터페이스하고 daily process 하고 하는 작업들을 만들고 하다보니, 새로 개발한 시스템이 아닌데도 마치 처음부터 새롭게 설계하여 완성한 시스템같이 느껴진다. 첫번째 딜이 들어올때, 불안감 반에 설레임 반... fixed income 시스템쪽에서 그리 유명한 회사는 아님에도 인터페이스가 수월하다는 이유로 구입해 온 시스템인데, 중간에 본사의 리포팅시스템과 다른 시스템들과 함께 맞물려 돌아가는 부분이 많아서 꽤 작업도 많았고 테스팅기간도 길었었는데... 이제 우리 팀의 손을 거쳐 런던과 뉴욕의 트레이더들 손에 넘어가 업무에 활용되고 있다.   큰 문제없이 일 주일이 지났지만, 그 와중에 새벽 3시에 런던에서 들어온 전화에 놀라 일어나 회사 시스템에 vpn 으로 연결하여 들어가 확인해 보고, 별 문제가 아니어 이내 해결되었지만 다시 잠을 잘 수가 없어 새벽 5시에 회사로 출근하기 위해 나갔던 일은 재미있는 하루의 사건이었다. 그 이후로는 좋은 습관이라 할까?  9시 출근시간보다도 훨씬 일찍 출근하여 7시 30분이면 어김없이 회사에 나가 책상에 앉아 런던쪽 부터 모니터링하는 습관이 생기기 시작하였다.  마음도 훨씬 편안하고 여유로운것 같다.  출근길 혼잡으로 1시간이 넘게 걸리던게, 일찍 출근을 하니 고속도로도 복잡하지 않고 40여분 만에 회사에 도착할 수 있으니... 이 좋은 습관, 계속해서 해 나갈 수 있을까?

리스크넷 닉네임으로

저의 일과 관련된 정보와 넋두리를 담으려 합니다. 87년 뉴욕으로 와 줄곧 뉴욕/뉴저지에서 살고 있으니 미국 생활이 벌써 19년이 되었습니다.  제가 하는 일은 닉네임에 조금은 나와있듯이 Risk 와 Trading 관련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엔지니어입니다.  10년 넘게 줄곧 증권사와 Risk 관련사에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일하면서 생겼던 작은 일들, 혹시라도 나누면 도움이 될 만한 일들을 이곳에 담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