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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xTel 이 울린다

금요일 밤 10시 10분, 한 주를 마감하고 쉬고 있는데 불청객이 울어댄다.
NexTel 전화기로 메세지가 들어온다 - NexTel 은 상대와 무전호출을 할 수 있는 기능이 제공되는 미국의 셀룰러폰 서비스사 이름이다.

트레이딩 데스크의 오늘 마감 프로그램이 하나는 저녁 7시, 또 다른 하나는 저녁 8시에 돌아가는데... 무슨 영문인지 저녁 8시에 첫번째로 돌아가는 프로세스가 response 가 없어 2시간째 헛돌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문제가 생기면 시스템이 바로 나에게 이렇게 메세지를 보내니 NexTel 은 영락없이 족쇄인 셈이다.

자동으로 돌아가게 스케쥴 해두었던 모든 프로세스를 정지시키고, 회사 유닉스 서버로 들어가 메뉴얼로 하나 하나 돌리도록 바꾸어 두고 이제 하나 둘 프로그램들을 돌리고 있는 중이다.  아내는 모처럼만에 남편과 한국 비데오를 보며 쉬려 한다며 좋아했는데, 다시 컴퓨터 앞에 앉은 나를 보고는 자야겠다며 눕더니 벌써 꿈나라이다.  하루 하루 갈수록 배가 커지고, 이제는 손을 올려놓고 가만히 있으면 18주째 된 아기가 움직이는것이 느껴진다.  7년전 딸 아이 가졌을때도 그랬지만, 지금 와서 똑같은 일을 반복하고 있다고 생각하니... 왠지 못했던 공부를 다시금 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건, 그 만큼 아내에게 첫 아이때는 못했었나 하는 미안함도 든다.

20분 전에 마감, end-of-day process 를 시작했으니 2시간은 넘게 걸린텐데... 이야기 할 사람도 곁에서 그만 잠이 들어버리고... 이 NexTel 이라는 것이 휴가를 갈때도 챙겨야 하고 거기에 BlackBerry (이메일을 수신하고 보낼 수 있는 Device) 까지 함께 허리에 차고 다니니, 마음 편히 휴가도 갔다 오지 못하는 신세가 되어가는 것 같다.

너무 편하게 모든것을 바꾸어 버린 컴퓨터와 그외 통신 장비들이지만, 그로 인해 우리 사람들이 좀 더 편히 쉬려고 했는데... 때로는 그것으로 우리가 구속이 되어버리는 것을 발견한다.

누군가 그런 이야기를 했다.
가장은 그리고 아빠라는 사람은, 그 사람의 마음 중심에 아내와 아이들이 있어야 한다고.

맞는 말인것을,
그래도 때로는 내 욕심에 내가 먼저일 때도 있는데...

좀 더 많이 마음을 가다듬어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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